문자학이란 단어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세계 문자의 종류 및 그에 대한 역사, 표기법의 원리, 표기법으로 실현되는 문자 언어의 특징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그러나 실제로 문자학이라는 단어는 한자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는 문자라는 단어가 전통적으로 한자를 가리켰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후한의 경학자 허신(許愼)이 『설문해자(說文解字)』를 지은 이후, 文[문: 글자]은 단일 구조의 한자를, 字[자: 글자]는 복합 구조의 한자를 뜻하게 되었고 오랫동안 한자를 문자라고 불러왔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중원에 존재했던 국가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들은 언어 기록 수단이 없었거나 비교적 늦게 갖추어졌다는 역사에서 비롯되었다. 주변에 딱히 글자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었던 중국인들 입장에서는 문자가 곧 한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서양 세력의 유입과 한국,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자국어 표기 수단 확보는 한자라는 명칭을 만들어냈다. 바로 한족(漢族)의 문자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문자학이라는 단어도 명칭이 바뀔 필요가 있다. 중국 문자학은 어떨까? 이것도 그리 적절하지는 않다. 중국 문자학은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의 문자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의미인데, 중국에는 한족(漢族)만 거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의 소수민족들 중에는 독자적인 언어와 문자를 가진 경우가 꽤 있다. 그러나 그들의 문자는 한자가 아니기에 연구대상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중국 문자학도 적합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위의 두 가지 이유를 바탕으로 한자를 연구하는 학문은 한자학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서는 문자학 내지는 중국문자학이라고 흔히 지칭되는 학문을 한자학이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모성재에서 월운 씀
'한자학(문자학) > 한자학 이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자의 구성 원리, 육서(六書) (0) | 2021.07.08 |
---|---|
본의, 인신의, 가차의에 대해 (0) | 2021.07.07 |
한자란 무엇인가 (0) | 2021.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