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한 글자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본의(本義)란 최초에 나타내었던 의미를 뜻한다.

 

해(천체)

달(천체)

정벌하다

오른손

 

본의에서 파생을 통해 의미가 추가되는데 이것을 인신의(引伸義)라고 한다.1) 파생으로 통해 만들어진 의미이기 때문에 인신의는 본의와 관련이 깊다. 즉, 한 글자가 표시하던 단어가 다의어가 되면서 의미가 자연히 늘어난 경우이다.

 

해(천체) → 날(시간)

달(천체) → 달(시간)

정벌하다 → 바르게 하다

 

반면 본래 글자와 전혀 상관없으나 발음의 유사성으로 인해 글자를 빌려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가차의(假借義)라고 한다. 다시 말해 가차는 동음어(혹은 유사한 음의 단어)를 음차함으로써 의미가 늘어난 것이다.2)

 

코 → 스스로

새 → 어조사(=)

오른손 → 또

 

다시 말해 한 글자가 여러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는 1. 해당 글자가 나타내는 단어의 뜻이 늘어난 경우(인신), 2. 해당 글자가 나타내는 단어와 발음이 같거나 비슷한 이의어(異義語)가 그 글자를 빌린 경우(가차)가 있다.

 

그러나 두 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일자다용(一字多用)이라는 현상이다. 는 본래 여자라는 뜻을 가진, 발음은 /*nraʔ/ 3)인 단어를 나타낸다. 그런데 어머니라는 뜻을 가진, 발음인 /*məʔ/ 4)인 단어에도 사용되었다. 이것이 한 글자를 여럿으로 쓰는 일자다용이다. 이것은 인신도 가차도 아닌 현상이다.

 

즉 인신, 가차, 일자다용으로 인해 하나의 한자가 여러 뜻, 혹은 여러 단어를 나타내게 된 것이다.


1)​ 인신의를 파생의로 고쳐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인의 의견이 있다.

2) 가차는 음차와 같은 원리이나 현재는 보통 외래어에 대해 음차 내지는 음역이라는 용어를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3) 의 상고 중국어 발음. 중국의 언어학자 정장상팡(鄭張尚芳, 1933 - 2018)의 저서 ≪상고음계(上古音系)≫의 재구음을 따랐다.

4) 의 상고 중국어 발음. 같은 재구음을 따랐다.

모성재에서 월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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