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를 공부하다 보면 단독으로 구성된 글자뿐만 아니라 두 개 이상의 글자가 합쳐져서 구성된 합체자(合體字)를 많이 볼 수 있다. 합체자 가운데 육서의 회의(會意)에 해당하는 글자는 의미를 합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형성(形聲)에 해당하는 글자는 발음을 쉽게 알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서 休는 人과 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람이 나무 그늘에서 휴식하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請은 言과 靑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말로 하는 행위이며 발음은 '청'이란 것을 알 수 있다.
戰(전: 싸우다), 伐(벌: 치다), 戒(계: 경계하다) 등의 글자에는 모두 공통적으로 戈(과)라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戈는 고대 중국의 무기를 본뜬 글자이다. 실제로 戰, 伐, 戒는 모두 의미가 '무기'나 '싸움'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戈와 헷갈리기 쉬운 글자로 弋(익: 본래 의미는 '말뚝')이 있다. 弋이 포함된 대표적인 글자로는 式이 있다. 여기서 弋은 발음 부분(식←익)이다.
자, 그렇다면 武로 돌아가 보자. 武는 '무력', '굳세다' 등의 뜻을 나타낸다. 명백히 '무기'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왜 戈 모양이 보이지 않는 걸까? 정답은 간단하다. 형태가 변형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武의 구성에 대해 알아보겠다. 후한 말 허신은 ≪설문해자≫에서 武를 다음과 같이 해설하였다.
"楚莊王曰: '夫武, 定功戢兵. 故止戈爲武.'
초나라 장왕이 말하였다. '무릇 武란 천하를 평정하는 공을 세우고 병기를 거두어 들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止戈(창을 멈추는 것)가 武이다.'"
전쟁[戈]을 정지[止]시킬 수 있어야 진정한 武라는 말이다. 이 내용은 ≪춘추좌전≫<선공 12년>에 보이며, 그만큼 역사가 오래된 해석이다. 그러나 이것은 처음에 武를 만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1)
그렇다면 어떻게 보는 게 맞을까? 우선 戈와 止의 자원(字源: 글자의 기원)을 살펴보자. 戈는 상나라, 주나라 시대에 흔히 사용하던 무기이다. 글자의 형태는 자루가 붙은 과(戈: 창의 일종)를 본뜬 것이다.2) 止는 사람의 발을 본뜬 것이다.3) 이 止는 '멈추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 武는 고문자에서 본래 "사람이 창을 어깨에 메고 가다"를 나타냈고 '위세와 무력', '위엄 있는 걸음' 등의 의미를 볼 수 있다.4) 갑골문 자형을 볼 때, 止는 '가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창을 들고 발로 나아가다"로 해석해야 실제 조자의도에 부합할 것이다.5)
그렇다면 武의 구성 원리는 해명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戈는 어디에 숨어있을까? 언뜻 보기에는 武의 자형이 弋이 들어간 式과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앞서 止와 戈의 합이 바로 武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武에서 止를 한번 빼보자. 곧 다음과 같은 모양이 된다.
아하, 이제 이해할 수 있다. 바로 戈가 止 위에 올려져 있는 모양이었던 것이다. 戰, 伐, 戒 모두 다른 글자와 戈가 옆으로 결합한 좌우 구조인데, 武는 독특하게 위아래로 결합한 상하 구조였던 것이다. 즉 武의 두 번째 획이 戈의 丿획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武의 갑골문을 보면 戈 아래에 止가 결합한 구조였다. 다소 억지로 현대 해서체의 戈 형태를 살려서 쓴다면 아래 사진과 같아진다. 이걸로 이해가 되셨길 바란다.
참고로 武와 비슷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글자는 戒가 있다. 두 손[廾, 拱의 초문(初文)]으로 창[戈]을 잡고 경계하는 것을 나타낸다.6) 위에서 언급했듯이, 戒는 좌우 결합이 표준적인 자형이 되었기 때문에 戈의 형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戒의 이체자(異體字: 다른 형체의 글자) 중에는 𢌵 형태(⿱戈廾)도 있는데, 이 경우는 武처럼 상하 결합이다.
1) 추시구이(裘錫圭) 저, 이홍진 역, ≪중국문자학의 이해≫(원서 ≪文字學槪要≫), 186 - 187쪽 참고.
2) 추시구이 저, 이홍진 역, 같은 책, 216쪽 참고.
3) 추시구이 저, 이홍진 역, 같은 책, 214쪽 참고.
4) 탕란(唐蘭) 저, 오만종 등 역, ≪중국문자학≫, 118 - 119쪽 참고.
5) 김혁 저, ≪한자, 그것이 알고 싶다≫, 223쪽 참고.
6) 추시구이 저, 이홍진 역, 같은 책, 230쪽 참고.
모성재에서 월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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