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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자 개요
갑골문(甲骨文)은 상나라의 문자로 점을 칠 때 사용했다. 주로 거북 껍데기이나 소뼈에 새겼으며, 거북 껍데기 절대 다수가 배딱지였다. 등딱지가 아니다. 등딱지보다 배딱지가 더 평평하므로 문자를 새기기 편하다.
소의 경우는 어깨뼈가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合6654
合이란 ≪甲骨文合集≫을 말한다. 그외에도 ≪殷墟文字丙編≫, ≪殷墟花園莊東地甲骨≫ 등 여러 갑골판을 모아둔 서적이 있다. 갑골문은 앞부분을 正, 반대쪽 뒷부분을 反으로 표현한다. 뒷면에는 구멍이 있다. 바로 착(鑿)과 찬(鑽)이다.
착(鑿)은 대추씨 모양으로 생긴 홈이고, 찬(鑽)은 동전 모양이다. 그 둘을 포개지게 판 뒤, 불을 지져서 가열하면 정면에 ├ 형태의 균열이 생긴다. 이것을 복조(卜兆)라고 부르며 상나라 사람들은 그 모양을 보고 점괘의 길흉(吉凶)을 판단했다. 그 모양이 바로 한자 卜(점 복)자의 기원이 되었다.
갑골문의 실물을 볼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의 연구자들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으로는 탁본을 본다.
천리로(千里路, 배딱지 한 가운데로 지나는 세로선)를 기준으로 오른쪽을 ①, 왼쪽을 ②라고 하자.
①辛酉卜𡧊(賓)1)貞: 关(送)2)𣥺化3)⿱屮戈(翦)4)⿱角𠬞(䚗)5).
신유일에 균열을 내어 賓이 점친다. 送족 𣥺化는 䚗나라를 멸할 것이다. 6)
②貞: 关(送)𣥺化弗其7)⿱屮戈(翦)⿱角𠬞(䚗).
점친다. 送족 𣥺化는 䚗나라를 멸하지 못할 것이다.
※ 갑골문으로 점을 칠 때는 한 번은 긍정, 한 번은 부정의 형식을 취한다. 이것을 정반 대정(正反對貞)이라고 한다.
1) 정인(貞人), 즉 점치는 사람의 이름이다.
2) 족명(族名)이다. 关은 滕, 朕자 등의 구성요소로, 소전에서는 灷으로 쓴다. 送자로 읽는다.
3) 사명(私名)이다.
4) '전멸(翦滅)'의 의미이다.
5) 방국명(方國名)이다. ≪설문해자(說文解字)≫의 "䚗, 擧角也."라는 내용에 따라 䚗으로 읽는 것이 현재로서는 그나마 낫다.
6) 貞 이하의 문장은 줄곧 의문문으로 해석되어 왔다. 이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자들은 미국의 중국학자 데이비드 N. 케이틀리(David N. Keightley, 1932 - 2017)와 데이비드 S. 니비즌(David S. Nivison, 1923 - 2014)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의 리쉐친(李學勤, 1933 - 2019), 추시구이(裘錫圭) 등이 동의하였다. 그 이유는 문법적 측면에서 의문문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문장들(명령문 등)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했듯 갑골문은 정반 대정을 상용하기 때문에 굳이 의문문을 사용하지 않아도 점을 칠 수 있다. 꽃잎을 하나하나 뜯으며 "나를 좋아한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꽃잎점과 유사하다. 굳이 "나를 좋아할까?"라고 의문의 형식을 취하지 않아도 된다.
7) 벨기에의 중국학자 파울 L-M. 세루이스(Paul L-M. Serruys, 1912 - 1999)는 정반 대정에서 점치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결과에 其자가 들어간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것을 '세루이스 법칙(Rule of Serruys, 司禮義法則)'이라고 한다.
참고자료
김혁, ≪한자, 그것이 알고 싶다≫
최영애, ≪한자학강의≫
張玉金 저, 최남규 외 편, ≪갑골문의 어법적 이해≫
郭末若主編, 胡厚宣總編輯, ≪甲骨文合集≫
劉釗, ≪古文字構形學≫
———, ≪新甲骨文編≫
劉釗, 馮克堅, ≪甲骨文常用字字典≫
裘錫圭, ≪文字學槪要≫
———, ≪裘錫圭學述文集≫
모성재에서 월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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