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 갑골문

出은 '나오다, 나가다, 출발하다'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현대 해서체의 모양은 두 개의 山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산이 아래위로 솟아나오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는 낭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보는 해서체는 위진시대를 거쳐 당나라 이후에야 정립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설은 근거가 없다. 出의 갑골문 형태는 止와 凵으로 구성되어 있다. 옛날 사람들은 움집에 살았는데 凵 혹은 𠙵은 움을 본뜬 것이다.("坎(감, 구덩이)의 상형 초문은 본래 "凵"으로 되어 있다). 전체의 자형은 발이 움집을 떠나는 것으로 밖에서 나가는 것을 나타내었다. 1) 그렇다면 '들어오다, 들어가다, 도착하다' 등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발을 나타내는 止를 상하반전시키면 되지 않을까?

各 갑골문

실제로 갑골문에는 그런 글자가 있다. 이것은 𢓜(⿰彳各)의 초문(初文)이다. 자형은 발이 움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온다는 것을 나타내었다. 2) 各자의 소리를 가차하여 '각각, 각별' 등의 추상적 의미를 가지는 단어를 나타내었고, 본래 의미인 '도달하다, 오다' 등의 의미는 格자를 차용하여 표현하게 되었다. 3) 에기(禮記)≫<대학(大學)>에 나오는 "格物致知(사물의 이치에 이르러 나의 지식을 지극히 하다)"의 格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1) 추시구이(裘錫圭) 저, 이홍진 역,  ≪중국문자학의 이해≫(원서 ≪文字學槪要≫), 234쪽 참고.

2) 추시구이(裘錫圭) 저, 이홍진 역,  같은 책, 234, 235쪽 참고.

3) 김혁 저, ≪한자, 그것이 알고 싶다≫, 177쪽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8MsClg4cP8 

모성재에서 월운 씀

往자

우리는 이미 의미 부분과 발음 부분을 조합해서 만드는 형성자(形聲字)가 한자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의미이고 가 발음이며, 가 의미이고 이 발음, 도 역시 가 풀을 나타내고 가 발음을 알려주는 구성이다. 

고대 중국의 무기, 월(鉞)

가 발음 부분으로 포함된 글자로는 , , , , 등이 있으며 모두 '주'라고 발음된다. 그런데 往은 가 들어있는데 왜 '왕'으로 읽는 것일까? 발음이 '왕'이라면 이 들어가는 게 합리적일 텐데 말이다. 이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 고문자 형태를 봐야 한다.

갑골문 往

위의 갑골문 자형은 𡉚 형태(⿱㞢土)로 예정(隷定)1)할 수 있으며 이 상하로 결합한 구조이다. 자서의 발음은 '황(huáng)'이지만 사실 往의 초문(初文)이다.2) 는 사람의 발 모양을 본뜬 것이며, 은 날이 아래로 향한 도끼이다.(게시글 두 번째 이미지를 참고하라.)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이 자의 고대 버전은 육서 중 어디에 속할까? 의심의 여지 없이 형성이다. 발[]로 나아가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왕()으로 발음이 '왕'임을 표시한다. 

≪吳王光鑑≫의 往

그러다 춘추시대에 비로소 𡉚 형태(⿱㞢土)에 (척: 길을 본뜬 것)을 덧붙여 지금 자와 같은 구성이 되었다.3) 즉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모양은 사실 의 결합 형태가 간략해진 것이다. 또 전국시대에는 𡉚(⿱㞢土)에 ()을 덧붙인 𨓏()이 있는데 바로 ≪說文解字≫에서 말한 고문(古文)이다.

정리하자면 은 본래 (의미 부분)와 (발음 부분)으로 이루어진 형성자였으며, 나중에 의미를 더 명확히 하기 위해 이 추가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에 보이는 모양은 '주인 주'와 전혀 관련이 없고 가 점으로 간략화된 형태이다. 


1) 고문자를 해서체로 고쳐 적는 것.

2) 추시구이(裘錫圭) 저, 이홍진 역,  ≪중국문자학의 이해≫(원서 ≪文字學槪要≫), 317쪽 참고.

3) 장스차오(張世超) 외, ≪金文形義通解≫, 378쪽, 1506쪽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XkRWTYoSvY&list=PLWPw126ycfAZPPCBqCEjLCfcH3oO3hunC 

모성재에서 월운 씀

武자

한자를 공부하다 보면 단독으로 구성된 글자뿐만 아니라 두 개 이상의 글자가 합쳐져서 구성된 합체자(合體字)를 많이 볼 수 있다. 합체자 가운데 육서의 회의(會意)에 해당하는 글자는 의미를 합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형성(形聲)에 해당하는 글자는 발음을 쉽게 알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서 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람이 나무 그늘에서 휴식하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말로 하는 행위이며 발음은 '청'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고대중국의 무기, 과(戈)

(전: 싸우다), (벌: 치다), (계: 경계하다) 등의 글자에는 모두 공통적으로 (과)라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는 고대 중국의 무기를 본뜬 글자이다. 실제로 , , 는 모두 의미가 '무기'나 '싸움'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와 헷갈리기 쉬운 글자로 (익: 본래 의미는 '말뚝')이 있다. 이 포함된 대표적인 글자로는 이 있다. 여기서 弋은 발음 부분(식←익)이다. 

자, 그렇다면 로 돌아가 보자. 는 '무력', '굳세다' 등의 뜻을 나타낸다. 명백히 '무기'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왜  모양이 보이지 않는 걸까? 정답은 간단하다. 형태가 변형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의 구성에 대해 알아보겠다. 후한 말 허신은 설문해자에서 를 다음과 같이 해설하였다.

 

"楚莊王曰: '夫武, 定功戢兵. 故止戈爲武.'

초나라 장왕이 말하였다. '무릇 란 천하를 평정하는 공을 세우고 병기를 거두어 들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止戈(창을 멈추는 것)가 이다.'"

 

전쟁[]을 정지[]시킬 수 있어야 진정한 라는 말이다. 이 내용은 춘추좌전≫<선공 12년>에 보이며, 그만큼 역사가 오래된 해석이다. 그러나 이것은 처음에 를 만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1)

그렇다면 어떻게 보는 게 맞을까? 우선 의 자원(字源: 글자의 기원)을 살펴보자. 는 상나라, 주나라 시대에 흔히 사용하던 무기이다. 글자의 형태는 자루가 붙은 과(: 창의 일종)를 본뜬 것이다.2) 는 사람의 발을 본뜬 것이다.3)는 '멈추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 는 고문자에서 본래 "사람이 창을 어깨에 메고 가다"를 나타냈고 '위세와 무력', '위엄 있는 걸음' 등의 의미를 볼 수 있다.4) 갑골문 자형을 볼 때, 는 '가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창을 들고 발로 나아가다"로 해석해야 실제 조자의도에 부합할 것이다.5)

그렇다면 의 구성 원리는 해명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는 어디에 숨어있을까? 언뜻 보기에는 의 자형이 이 들어간 과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앞서 의 합이 바로 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에서 를 한번 빼보자. 곧 다음과 같은 모양이 된다.

(왼쪽) 武 속의 戈 / (오른쪽) 갑골문 武

아하, 이제 이해할 수 있다. 바로 가  위에 올려져 있는 모양이었던 것이다.  모두 다른 글자와 가 옆으로 결합한 좌우 구조인데, 는 독특하게 위아래로 결합한 상하 구조였던 것이다. 즉 의 두 번째 획이 의 丿획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武의 갑골문을 보면 戈 아래에 止가 결합한 구조였다. 다소 억지로 현대 해서체의  형태를 살려서 쓴다면 아래 사진과 같아진다. 이걸로 이해가 되셨길 바란다.

참고로 와 비슷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글자는 가 있다. 두 손[, 의 초문(初文)]으로 창[]을 잡고 경계하는 것을 나타낸다.6) 위에서 언급했듯이, 는 좌우 결합이 표준적인 자형이 되었기 때문에 의 형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의 이체자(異體字: 다른 형체의 글자) 중에는 𢌵 형태(⿱戈廾)도 있는데, 이 경우는 처럼 상하 결합이다.  


1) 추시구이(裘錫圭) 저, 이홍진 역,  ≪중국문자학의 이해≫(원서 ≪文字學槪要≫), 186 - 187쪽 참고.

2) 추시구이 저, 이홍진 역, 같은 책, 216쪽 참고.

3) 추시구이 저, 이홍진 역, 같은 책, 214쪽 참고.

4) 탕란(唐蘭) 저, 오만종 등 역, ≪중국문자학≫, 118 - 119쪽 참고.

5) 김혁 저, ≪한자, 그것이 알고 싶다≫, 223쪽 참고.

6) 추시구이 저, 이홍진 역, 같은 책, 230쪽 참고.


https://youtu.be/AbAHX4I1Csc

모성재에서 월운 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