往자

우리는 이미 의미 부분과 발음 부분을 조합해서 만드는 형성자(形聲字)가 한자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의미이고 가 발음이며, 가 의미이고 이 발음, 도 역시 가 풀을 나타내고 가 발음을 알려주는 구성이다. 

고대 중국의 무기, 월(鉞)

가 발음 부분으로 포함된 글자로는 , , , , 등이 있으며 모두 '주'라고 발음된다. 그런데 往은 가 들어있는데 왜 '왕'으로 읽는 것일까? 발음이 '왕'이라면 이 들어가는 게 합리적일 텐데 말이다. 이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 고문자 형태를 봐야 한다.

갑골문 往

위의 갑골문 자형은 𡉚 형태(⿱㞢土)로 예정(隷定)1)할 수 있으며 이 상하로 결합한 구조이다. 자서의 발음은 '황(huáng)'이지만 사실 往의 초문(初文)이다.2) 는 사람의 발 모양을 본뜬 것이며, 은 날이 아래로 향한 도끼이다.(게시글 두 번째 이미지를 참고하라.)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이 자의 고대 버전은 육서 중 어디에 속할까? 의심의 여지 없이 형성이다. 발[]로 나아가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왕()으로 발음이 '왕'임을 표시한다. 

≪吳王光鑑≫의 往

그러다 춘추시대에 비로소 𡉚 형태(⿱㞢土)에 (척: 길을 본뜬 것)을 덧붙여 지금 자와 같은 구성이 되었다.3) 즉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모양은 사실 의 결합 형태가 간략해진 것이다. 또 전국시대에는 𡉚(⿱㞢土)에 ()을 덧붙인 𨓏()이 있는데 바로 ≪說文解字≫에서 말한 고문(古文)이다.

정리하자면 은 본래 (의미 부분)와 (발음 부분)으로 이루어진 형성자였으며, 나중에 의미를 더 명확히 하기 위해 이 추가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에 보이는 모양은 '주인 주'와 전혀 관련이 없고 가 점으로 간략화된 형태이다. 


1) 고문자를 해서체로 고쳐 적는 것.

2) 추시구이(裘錫圭) 저, 이홍진 역,  ≪중국문자학의 이해≫(원서 ≪文字學槪要≫), 317쪽 참고.

3) 장스차오(張世超) 외, ≪金文形義通解≫, 378쪽, 1506쪽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XkRWTYoSvY&list=PLWPw126ycfAZPPCBqCEjLCfcH3oO3hunC 

모성재에서 월운 씀

武자

한자를 공부하다 보면 단독으로 구성된 글자뿐만 아니라 두 개 이상의 글자가 합쳐져서 구성된 합체자(合體字)를 많이 볼 수 있다. 합체자 가운데 육서의 회의(會意)에 해당하는 글자는 의미를 합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형성(形聲)에 해당하는 글자는 발음을 쉽게 알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서 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람이 나무 그늘에서 휴식하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말로 하는 행위이며 발음은 '청'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고대중국의 무기, 과(戈)

(전: 싸우다), (벌: 치다), (계: 경계하다) 등의 글자에는 모두 공통적으로 (과)라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는 고대 중국의 무기를 본뜬 글자이다. 실제로 , , 는 모두 의미가 '무기'나 '싸움'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와 헷갈리기 쉬운 글자로 (익: 본래 의미는 '말뚝')이 있다. 이 포함된 대표적인 글자로는 이 있다. 여기서 弋은 발음 부분(식←익)이다. 

자, 그렇다면 로 돌아가 보자. 는 '무력', '굳세다' 등의 뜻을 나타낸다. 명백히 '무기'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왜  모양이 보이지 않는 걸까? 정답은 간단하다. 형태가 변형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의 구성에 대해 알아보겠다. 후한 말 허신은 설문해자에서 를 다음과 같이 해설하였다.

 

"楚莊王曰: '夫武, 定功戢兵. 故止戈爲武.'

초나라 장왕이 말하였다. '무릇 란 천하를 평정하는 공을 세우고 병기를 거두어 들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止戈(창을 멈추는 것)가 이다.'"

 

전쟁[]을 정지[]시킬 수 있어야 진정한 라는 말이다. 이 내용은 춘추좌전≫<선공 12년>에 보이며, 그만큼 역사가 오래된 해석이다. 그러나 이것은 처음에 를 만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1)

그렇다면 어떻게 보는 게 맞을까? 우선 의 자원(字源: 글자의 기원)을 살펴보자. 는 상나라, 주나라 시대에 흔히 사용하던 무기이다. 글자의 형태는 자루가 붙은 과(: 창의 일종)를 본뜬 것이다.2) 는 사람의 발을 본뜬 것이다.3)는 '멈추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 는 고문자에서 본래 "사람이 창을 어깨에 메고 가다"를 나타냈고 '위세와 무력', '위엄 있는 걸음' 등의 의미를 볼 수 있다.4) 갑골문 자형을 볼 때, 는 '가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창을 들고 발로 나아가다"로 해석해야 실제 조자의도에 부합할 것이다.5)

그렇다면 의 구성 원리는 해명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는 어디에 숨어있을까? 언뜻 보기에는 의 자형이 이 들어간 과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앞서 의 합이 바로 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에서 를 한번 빼보자. 곧 다음과 같은 모양이 된다.

(왼쪽) 武 속의 戈 / (오른쪽) 갑골문 武

아하, 이제 이해할 수 있다. 바로 가  위에 올려져 있는 모양이었던 것이다.  모두 다른 글자와 가 옆으로 결합한 좌우 구조인데, 는 독특하게 위아래로 결합한 상하 구조였던 것이다. 즉 의 두 번째 획이 의 丿획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武의 갑골문을 보면 戈 아래에 止가 결합한 구조였다. 다소 억지로 현대 해서체의  형태를 살려서 쓴다면 아래 사진과 같아진다. 이걸로 이해가 되셨길 바란다.

참고로 와 비슷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글자는 가 있다. 두 손[, 의 초문(初文)]으로 창[]을 잡고 경계하는 것을 나타낸다.6) 위에서 언급했듯이, 는 좌우 결합이 표준적인 자형이 되었기 때문에 의 형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의 이체자(異體字: 다른 형체의 글자) 중에는 𢌵 형태(⿱戈廾)도 있는데, 이 경우는 처럼 상하 결합이다.  


1) 추시구이(裘錫圭) 저, 이홍진 역,  ≪중국문자학의 이해≫(원서 ≪文字學槪要≫), 186 - 187쪽 참고.

2) 추시구이 저, 이홍진 역, 같은 책, 216쪽 참고.

3) 추시구이 저, 이홍진 역, 같은 책, 214쪽 참고.

4) 탕란(唐蘭) 저, 오만종 등 역, ≪중국문자학≫, 118 - 119쪽 참고.

5) 김혁 저, ≪한자, 그것이 알고 싶다≫, 223쪽 참고.

6) 추시구이 저, 이홍진 역, 같은 책, 230쪽 참고.


https://youtu.be/AbAHX4I1Csc

모성재에서 월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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