所謂脩身在正其心者, 身1)有所忿2), 則不得其正; 有所恐懼, 則不得其正; 有所好樂3), 則不得其正; 有所憂患, 則不得其正.

자신을 수양하는 것이 그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 것은 마음에 화내는 것이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고, 걱정하는 것이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한다는 말이다.

心不在焉4),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마음이 거기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此謂脩身在正其心.

이것을 자신을 수양하는 것이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1) 정자(程子)는 으로 고쳐 읽었으며 주자(朱子)도 이를 따랐다. (몸, 자기자신)을 그대로 보아야 한다는 후대의 비판도 받았다. 이 장은 수신(修身)과 정심(正心)을 상호연관 지어서 해석한 장이기 때문에 주자학(朱子學)의 논리 내에서는 으로 읽는 것이 자연스럽다.

2) 忿 (분), 懥 (치). 둘 다 '성내다, 화내다'라는 의미이다.

3) 는 '요'로 읽으며 '좋아하다'로 풀이한다. 도 같은 의미이다.

4) *於之에 상당하며 '거기에, 그곳에'로 풀이한다.


https://youtu.be/145pKe9KnbY

모성재에서 월운 씀

所謂誠其意者, 毋自欺也, 如惡1)惡臭, 如好2)好色, 此之謂自謙(慊)3), 故君子必愼其獨4)也.

그 생각을 (선으로) 채운다고 말한 것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이니 나쁜 냄새를 싫어하는 것처럼 하며 아름다운 이성을 좋아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다. 이것을 스스로 만족한다고 말하니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홀로 있을 때 (생각을) 신중히 한다.

小人閒5)居爲不善, 無所不至, 見君子而后厭(黶)然6), 7)其不善, 而著其善. 人之視己, 如見其肺肝然, 則何益矣. 此謂誠於中, 形8)於外, 故君子必愼其獨也. 

소인은 한가롭게 지낼 때 선하지 못한 짓을 하는데 이르지 않는 곳이 없다가 군자를 본 뒤에 슬그머니 그 선하지 못함을 숨기고 그 선함을 드러낸다. 남이 자기를 보는 것이 그 속을 들여다보는 듯할 것이니 그러면 어찌 유익하겠는가? 이것을 속에 꽉 차면 밖에 드러난다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홀로 있을 때 (생각을) 삼간다. 

曾子9)曰: “十目所視, 十手所指, 其嚴乎.”

증자가 말하였다. “열 개의 눈이 보는 바이며 열 개의 손이 가리키는 바이니 엄하리라.”

富潤10)屋, 德潤10)身, 心廣體胖11), 故君子必誠其意.

부유함은 가옥을 윤택하게 하고 덕스러움은 자기 몸을 윤택하게 하니 마음이 넓어지면 몸이 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생각을 (선으로) 채운다.


1) (오) 미워하다, 싫어하다.

2) 좋아하다.

3) 아름다운 여성(이성)

4) (겸) 속시원하다, 만족하다.

5) '愼其獨'의 '其獨'은 자기 혼자서만 알고 있는 마음속에 일어난 생각을 가리킨다. 이를 '홀로'라고 번역하면 이는 원문의 의미를 전혀 전달하지 못한다. '愼獨'은 마음이 발하고 난 뒤에 기미를 성찰하는 것을 말한다.  최석기, ≪대학(大學)≫ 106쪽 참고.

6) (烏斬反: 암, yǎn), ≪설문해자(說文解字)≫: "申(中)黑也." 黶然 감추는 모양.

사서율곡언해

7) 揜 (엄) 가리다, 숨기다.

8) 드러나다, 나타나다.

9) 공자의 제자 증삼(曾參). 자()는 자여(子輿)이다.

10) 윤택하게 만들다.

11) (반) 몸이 펴지다.


https://youtu.be/rziBEBib8U4

모성재에서 월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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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 관저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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關關1)雎鳩2), 在河之洲.

끼룩끼룩 저 물수리, 강의 섬에 앉았으니

窈窕3)淑女, 君子好逑4).

아름답고 참한 여자, 군자님의 단짝이지

參差5)荇菜6), 左右流7)之.

들쭉날쭉 수초 잎새, 좌로 우로 집어건지네

窈窕淑女, 寤寐求之.

아름답고 참한 여자, 자나깨나 구해다니네

求之不得, 寤寐思服9).

구하는데 못 얻는 짝, 자나깨나 그를 생각

8)哉悠哉, 輾轉反側10).

떠오르네 떠오르네, 엎치락 또 뒤치락

參差荇菜, 左右采之.

들쭉날쭉 수초 잎새, 좌로 우로 뜯어내네

窈窕淑女, 琴瑟友之.

아름답고 참한 여자, 현악기로 친구되네

參差荇菜, 左右芼之.

들쭉날쭉 수초 잎새, 좌로 우로 골라모으네

窈窕淑女, 鍾鼓樂之.

아름답고 참한 여자, 타악기로 기쁘게 했네


※ 이 시는 전통적으로 주나라 문왕(文王)의 후비인 태사(太似)의 덕을 칭송한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프랑스의 중국학자 마르셀 그라네(Marcel Granet, 1884 - 1940)는 <관저(關雎)>를 '촌락의 연애(l'amour au village)'라는 주제에 포함시켰으며 남녀가 서로에게 구애하는 축제에 대한 기록으로 읽었다.  Marcel Granet, "Fêtes et chansons anciennes de la Chine", 31쪽 참고.

 

1) 물새 소리. 미국과 프랑스의 언어학자 윌리엄 백스터William Baxter)와  로랑 사가르(Laurent Sagart)는  /*[k]ˁro[n] [k]ˁro[n]/으로 상고음을 재구했다. "Old Chinese: A New Reconstruction" 참고.

2) 징경이(osprey), 물수리의 일종. 

3) 조용하고 품위 있다, 아름답다. 窈窕를 따로 풀이하는 주석도 있으나, 이는 연면자(連綿字)이므로 나눌 수 없다.  장사오위(蔣紹愚) 저, 이강재 역  ≪고대중국어어휘의미론≫(원서 ≪古漢語詞彙綱要≫) 60쪽 참고. 

4) (구) 짝, 배필.

5) 가지런하지 않은 모양.

6) 마름풀. 수초의 일종.

7) 집어 따다, 건지다.

8) 어조사. 생각하다.

9) 생각이 떠오르다.

10) (전) 구르다, 돌아눕다.  주희(朱喜)는 "전()은 뒹굴기를 반쯤 하는 것이고, 전()은 전()을 한 바퀴 하는 것이다(輾者轉之半, 轉者輾之周)"라고 했다. 反側 뒤척이다. 


안대간(安大簡) 죽간(竹簡) 시경

중국 안후이(安徽)대학에서 입수한 초나라 죽간에는 '窈窕淑女'의 窈窕要翟으로 되어 있다. 要翟腰嬥로 읽을 수 있으며, "허리가 날씬하다, 몸매가 좋다" 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安徽大學漢字發展與應用研究中心 編, ≪安徽大學藏戰國竹簡()≫ 참고.

미국의 중국학자 에드워드 L. 쇼네시(Edward L. Shaughnessy)는 첫 구절 '關關雎鳩'의 關關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물수리의 울음소리가 '매력적인 여자'를 연상시킬 수 있으며, 물고기는 중국을 포함한 많은 문화권에서 번성을 의미하는데 물수리는 바로 그 물고기를 사냥(hunting)하는 새라는 것이다. Edward L. Shaughnessy; Loewe, Michael, eds. "The Cambridge History of Ancient China", 337쪽 참고.

見母, 元部로 발음이 비슷하며 동원(同源, cognate) 관계이다. 원래 의미는 '뚫다'였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 근거하면 關은 '문에 나무를 가로로 놓은 것(以木橫持門戶也)'이며 원래 의미는 '문의 빗장'이다. 또 은 '왕래하다, 경유하다, 관계하다'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이것은 모두 파생된 의미이다.  장사오위(蔣紹愚) 저, 이강재 역  ≪고대중국어어휘의미론≫(원서 ≪古漢語詞彙綱要≫) 123-124쪽 참고. 


https://youtu.be/m6q8XnDgm0I

모성재에서 월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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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可道2), 非常3)道; 名可名4), 非常3)名.

‘도(, 길)’란 것은 말할 수 있다면 늘 한결 같은 도가 아니다. ‘이름’이란 것은 부를 수 있다면 늘 한결 같은 이름이 아니다.

無名天地5)之始, 有名萬物之母.

‘이름이 없는 것’은 하늘과 땅의 처음이고, ‘이름이 있는 것’은 모든 것의 어미이다.

故常無欲, 以觀其妙; 常有欲, 以觀其徼6).

그러므로 ‘늘 욕망이 없는 것’으로 그 미묘함을 바라보고, ‘늘 욕망이 있는 것’으로 그 돌아감을 바라본다.

此兩者, 同出而異名,同謂之7)玄. 玄之8)又玄, 衆妙之9)門.

이 두 가지는 같이 나와 다른 이름이 되니 같이 ‘현(, 가물가물)’이라고 부른다. 현묘하고도 현묘하니 모든 현묘함의 문이다.


1) 노자의 도. 우주의 원리. 

2)  말하다.

3) 역대로 이설이 많다. '영원불멸, 영구불변, 항상, 항구, 늘 그러하다, 한결 같다, 일정하다, 평범하다' 등등.

4) 부르다.  참고.

5) 백서본에는 '萬物'로 되어 있다. 아래의 백서본 참고.

6) (요) 돌다. 역대로 이설이 많다.

—(1) [위()나라] 왕필(王弼):  '돌아가서 마침(歸終)'

—(2) [당나라]  육덕명(陸德明): (古弔反: 교, jiào) '작은 길(小道), 갓길邊道), 미묘함(微妙 )'

—(3) 밝음. (교, jiǎo) 참고.

—(4) [송나라] 임희일(林希逸): 구멍. (규, qiào) 참고.

장시창(蔣錫昌)은 요행(徼倖, 행운을 바라다)의 (요, jiǎo)로 읽고 '구()하다'로 풀이하였는데 가장 좋은 해석이다. 이렇게 되면 '有欲'과 서로 호응하여 "(유욕의 관점으로) 그것(만물)이 구하는 것을 바라본다"로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老子校詁≫ 8-9쪽 참고.

7) [대명사] 그것. '此兩者'를 가리킨다.

8) 흔히 사용되는  자의 접속 용법과 유사하다.  페이쉐하이(裵學海), ≪古書虛字集釋≫ 725쪽 참고.

9)  (수식구조) ~의, ~한.


[위(魏)나라] 왕필(王弼) 주: 가장 권위 있는 ≪도덕경≫ 주석

可道之道, 可名之名, 指事造形, 非其常也. 故不可道, 不可名也. 1)

말할 수 있는 '도'와 부를 수 있는 '이름'은 개념을 가리키고 형체를 만드니 항상된(늘 그러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말할 수 없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

凡有皆始於無, 故未形無名之時則爲萬物之始, 及其有形有名之時, 則長之育之, 亭之毒之, 爲其母也. 言道以無形無名始成萬物, 以始以成而不知其所以, 玄之又玄也.

무릇 '유(有)'는 모두 '무(無)'에서 시작하므로, 아직 드러나지 않고 이름이 없는 때가 모든 것의 시작이다. 형체가 드러나고 이름이 생기는 때가 되면 자라게 해주고 길러주고 드러내주고 이루어주니 그 어미가 된다. (이 절은) '도'가 형체가 없고 이름이 없는 상태로 모든 것을 시작시키고 이루어주면, (모든 것은) 그것에 의해 시작되고 이루어지되 그렇게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하니 현묘하고도 현묘하다는 것을 말한다.  

妙者, 微之極也. 萬物始於微而後成, 始於無而後生. 故常無欲空虛, 可以觀其始物之妙.

'묘(妙)'란 미세함의 극치이다. 모든 것은 미묘한 데서 비롯한 뒤에 이루어지며 '무'에서 시작한 뒤에 생겨난다. 그러므로 항상 욕망이 없고 공허한 관점으로 그 사물이 시작되는 미묘함을 바라본다. 

徼, 歸終也. 凡有之爲利, 必以無爲用. 欲之所本, 適道而後濟. 故常有欲, 可以觀其終物之徼也.

요는 돌아가서 마치는 것이다. 무릇 '유'가 이로운 것은 반드시 무를 작용으로 삼아서이다. 욕망이 뿌리내리는 곳은 도에 도달해서야 풀린다. 그러므로 항상 욕망이 있는 관점으로 모든 것이 끝나서 돌아가 마침을 바라보는 것이다.

兩者, 始與母也. 同出者, 同出於玄也. 異名, 所施不可同也. 在首則謂之始, 在終則謂之母. 玄者, 冥也, 默然無有也. 始, 母之所出也. 不可得而名, 故不可言同名曰玄, 而言謂之玄者, 取於不可得而謂之然也. [不可得]2)謂之然則不可以定乎一玄而已, 則是名則失之遠矣. 故曰 "玄之又玄也." 衆妙皆從同而出,故曰 "衆妙之門也."

두 가지란 '시()'와 '모()'이다. 같이 나왔다는 것은 현묘한 데서 같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름이 다르다는 것은 적용되는 곳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첫머리에서는 '시'라고 이르고 끝에서는 '모'라고 한다. '현()'이란 어두워서 고요하게 빈 것이다. '시'는 '모'가 나오는 곳이다. 이름 붙일 수 없으므로 같이 '현'이라고 이름하여 말할 수 없으나, (같이) '현'이라고 한다고 말한 것은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러하다고 말를 수 없으므로 동일한 '현'이라고 단정할 수만도 없다. (동일하다고 단정한다면) 그 이름은 잘못이 심각하다. 그래서 "현묘하고 또 현묘하다"라고 하였다. 모든 현묘함이 모두 '현'으로부터 나오므로 "모든 신묘함의 현묘함의 문이다"라고 하였다.


1) 이것이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노자≫ 1장 첫째 줄의 해석이다. 

2) 樓宇烈, ≪老子道德經注校釋≫ 5쪽을 참고하여 보충하였다.


≪한비자(韓非子)<해로(解老)>편: 최초의 ≪도덕경≫ 해설

凡理者, 方圓·短長·麤靡·堅脆之分1)也. 故理定而後可得道也. 故定理有存亡, 有死生, 有盛衰. 夫物之一存一亡, 乍死乍生, 初盛而後衰者, 不可謂常. 唯夫與天地之剖判也具生, 至天地之消散也不死不衰者謂常. 而常者, 無攸易, 無定理, 無定理非在於常所, 是以不可道也. 聖人觀其玄虛, 用其周行, 強字之曰道2), 然而可論3), 故曰: “道之可道, 非常道也.”
무릇 ‘이()’란 모나고 둥근 것과 짧고 긴 것과 거칠고 가는 것과 단단하고 부드러운 것의 구분이다. 그러므로 ‘이’가 일정해진 이후에 ‘도()’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일정해진 ‘이’에는 존재와 소멸이 있고 죽음과 삶이 있으며 성함과 쇠함이 있다. 사물이 한번 있었다가 한번 없어지고 문득 죽었다가 문득 살아나며 처음에는 성하다가 뒤에는 쇠해는 것은 한결 같다고 할 수 없다. 오직 하늘과 땅이 갈라져서 열릴 때에 함께 태어나고 하늘과 땅이 사라지고 흩어질 때까지도 죽지 않고 쇠하지 않는 것을 한결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결 같은 것이란 바뀌는 데가 없고 정해진 ‘이’가 없다. 정해진 ‘이’가 없는 것은 보통의 장소에 있지 않으니 이 때문에 말할 수 없다.  성인(노자를 가리킴)이 그 현묘한 허무를 바라보고 그 두루 운행하는 점으로써 억지로 이름을 지어 ‘도(, 길)’라고 말하였으니 그런 뒤에 논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도가 말해질 수 있는 것은 상도가 아닌 것이다”라고 한다. 


※ ≪한비자(韓非子)≫에는 ≪노자≫가 덕경, 도경 순서로 인용되어 있는데 이것은 백서본의 차례와 일치한다. 이는 전국시대에는 도경, 덕경 순서가 아니라 덕경, 도경 순서가 일반적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여기서의 해설은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해석과 일치하는 듯하다.

1) 理를 分으로 정의한 것은  <해로(解老)>편의 특색이다. 이운구, ≪한비자Ⅰ≫ 311쪽 참고.

2) ≪노자≫ 25장 인용. '可論'을 곧 '可道(말할 수 있다)'로 보는 설이 있다. 이에 따르면 뒷 문장의 "道之可道'는 '道之所以可道(도가 말해질 수 있는 이유는)'가 되며 '非在於常所'를 '非常道也'와 연결시킨다. 또 '不可謂上', '謂常', '而常者'의 ()의 ''과 구별되며 피휘로 고쳐진 것이 아닌 원래부터 으로 쓰였을 것이라고 본다. 이 해석은  ≪한비자≫에 인용된 ≪노자≫도 백서본처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래의 백서본 참고. 裘錫圭, ≪老子今硏≫ 102-104쪽 참고.


마왕퇴(馬王堆) 한묘(漢墓) 출토 백서노자(帛書老子) 갑본(甲本)

2021 ⓒ 월운(worungong@gmail.com)

可道1), 非恒2); 名可名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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无(無)3)名萬物4)之始也5), 有名萬物之母也.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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恒無欲也6), 以觀其眇(妙)7); 有欲6), 以觀其所噭(徼)8).

 

2021 ⓒ 월운(worungong@gmail.com)

兩者同出, 異名同胃(謂),9) 玄之有(又)10)玄, 衆眇(妙)之[門]11).


※ 왕필본을 비롯한 통행본 ≪노자≫가 도경, 덕경 순서로 되어 있는데 반해, 백서본은 덕경, 도경 순서로 되어 있다. 그러나 고대에도 도경이 앞에 있는 판본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1) '可道'와 '可名' 뒤에 가 들어감으로써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해석("도를 말할 수 있으면 항상된 도가 아니고, 이름을 부를 수 있으면 항상된 이름이 아니다.")은 언어학적으로 성립할 수 없게 된다. 당시 중국어의 문법상 불가능한 풀이가 된다. 추시구이(裘錫圭)는 백서본을 "도(노자의 도)는 말할 수 있으나, 통상적인 도가 아니다. 이름(도의 이름)은 부를 수 있으나 통상적인 이름이 아니다."라고 해석한다. ≪老子今硏≫ 98-101쪽.

2) 한나라 문제(文帝) 유항(劉恒)을 피휘(避諱)하여 의미가 거의 같은 常으로 후대에 바뀐 것이다. 피휘란 군주, 조상, 성인(聖人)의 이름은 사용하지 않는 행위나 그런 관습이다. 물론 모든 이 원래 이었는데 피휘로 인해 바뀌었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원래부터 으로 쓰던 도 있었을 것이다.

3) 《설문해자(說文解字)》: “, 亡也, 从亡無聲. , 奇字无, 通於元者, 王育: '天屈西北爲无.’”

4) 통행본에는 '天地'로 되어 있다. 아마 '萬物之始'와 '萬物之母'가 같은 뜻이라고 생각해 후대에 고친 듯하다. 또 '萬物'을 '天地'로 바꿈으로써 앞의 것은 보다 추상적인 개념, 뒤의 것은 보다 구체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추시구이는 始를 '구체적인 사물이 없고, 이름도 없고, 도만 있는 단계'로 해석한다. 아울러 다음 문장의 는 '도가 일()을 낳고, 일이 이()와 삼()을 거쳐서 만물을 낳은 단계'로 해석한다. ≪老子今硏≫ 112-101쪽.

5) 也가 들어감으로써 바로 뒤에서 구절을 끊는 것보다 '無名'과 '有名' 뒤에서 끊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진다.

6) 也가 들어감으로써 와  바로 뒤에서 구절을 끊는 것보다 '無名'과 '有名' 뒤에서 끊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진다.

7) 《설문해자》에는 를 따르는 가 없다. 선진(先秦) 시기의 옛 책에서는 을 따르는 를 사용해 {}라는 단어를 나타내었다. ≪老子今硏≫ 115쪽.

8) 통행본에는 가 없고 로 되어 있다. 추시구이는 장시창의 해석을 따라 徼倖로 읽고 '구()하다'로 풀이한다. '其所徼'는 '만물이 구하는 바'가 된다. ≪老子今硏≫ 115-116쪽.

9) '말하다'라는 의미의 {}는 본래 자를 빌려 나타내었고 이후에 을 붙여서 를 만들어냈다. 裘錫圭, ≪文字學槪要≫ 176-177쪽(번역서 330쪽) 참고. 통행본에서는 앞의 문장에 가 덧붙여져 있으며 '兩者'와 '異名' 뒤에서 각각 구절을 끊어 "此兩者, 同出而異名"이 되었다. 남겨진 '同謂'는 그 자체로는 의미 이해가 되지 않으므로 후대에 '之玄'을 추가했을 것이다. 추시구이는 '兩者'를 '無名有名'으로 보았으며 '同出'은 '같이 도의 본체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해석했다. 또 '異名同胃()'는 ≪장자(莊子)≫<지북유(知北遊)>의 '異名同實'처럼 '언어는 다르지만 표현하는 의미는 같은 것'으로 풀이했다. ≪老子今硏≫ 119-123쪽.  는 모두 상고음의 物部에 속하므로 이렇게 구절을 끊어야 압운이 된다.

10) 고대(대략 서한 시기까지)에는 모두 '있다'라는 의미를 가진 {}라는 단어를 나타낼 수 있었다. 이때는 '유(yǒu)'라고 읽는다. 한편으로는 두 글자 모두 '또, 다시'라는 의미의 부사 {]를 나타낼 수 있었다. '우(yòu)'라고 읽어야 한다. ≪文字學槪要≫ 229쪽(번역서 434쪽) 참고.

11) 마왕퇴 백서노자 을본(乙本)을 통해 보충하였다. 아래 이미지는 "又玄, 衆眇之門."에 해당한다.


참고자료

이석명, ≪도덕경≫

이운구, ≪한비자Ⅰ≫

임채우, ≪왕필의 노자주≫

임헌규, ≪노자≫

高明, ≪帛書老子校注

國家文物局古文獻硏究室編, ≪馬王堆漢墓帛書[]≫

蔣錫昌, ≪老子校詁

樓宇烈, ≪老子道德經注校釋

裵學海, ≪古書虛字集釋

裘錫圭, ≪老子今硏

——, ≪文字學槪要

荊門市博物館編, ≪郭店楚墓竹簡

池田知久(이케다 도모히사), ≪老子全譯注

W. K. Liao 英譯, 張覺 今譯, "Library of Chinese Classics: Han Fei Zi"


김형석, 남송(南宋) 임희일(林希逸)의 신유학적 노장해석에 관한 연구

https://academic.naver.com/article.naver?doc_id=79416690 


https://ctext.org/excavated-texts/zh

http://118.24.95.172/oc/oldage.aspx


https://youtu.be/789kMfBsk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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